우리가 아버지에 대해 몰랐던 것들
2011년 05월 02일 16시 28분 입력

“엄마가 있어 좋다 / 나를 이뻐해주어서 // 냉장고가 있어 좋다 /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 강아지가 있어 좋다 / 나랑 놀아주어서 //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한 초등학생의 동시 ‘아빠는 왜?’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냉장고와 강아지보다 못한 아버지의 위상은 그냥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씁쓸함을 남겼다.

  

언제부터인가 ‘고개 숙인’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게 된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 출간됐다.

  

미국 인류학자 피터 B. 그레이와 커미트 G. 앤더슨이 함께 쓴 ‘아버지의 탄생’(초록물고기 펴냄)은 진화론과 비교생물학 등을 바탕으로 남성의 자녀 양육 전반에 대해 상세하게 들여다본 책이다.

  

책에 따르면 암컷뿐 아니라 수컷 역시 자녀 양육에 깊이 관여하는 조류와 달리 포유류의 경우 수컷이 자녀에게 ‘보살핌’을 제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늑대, 난쟁이 몽구스, 코요테 등 무리생활을 하는 일부 육식동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수컷 포유류들의 “새끼에 대한 투자는 원칙적으로 사정하는 순간에 끝난다”는 것이다.

  

다만 인간은 진화의 과정에서 일부일처제와 함께 '아버지의 보살핌'을 독특한 특징으로 지니게 됐고 가족 내에서 아버지의 존재감이 커지게 됐다.

  

“남성이 배우자인 여성에게 식량을 조달해주고 자식을 낳아도 보살핌을 베푸는 관계가 정착되면서 부부관계를 맺은 남성과 여성은 마음 놓고 번식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되었고, 젊을 때에는 출산간격을 좁혀 자식을 줄줄이 낳기도 했다.”(55쪽)
   

대략 15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현생 인류가 등장하면서부터 아버지의 역할은 이처럼 특화됐다고 한다.

  

이러한 아버지의 보살핌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차이가 크다.

  

가령 인도의 아버지는 하루에 약 3~5시간을 어린 자식 옆에서 보내는 반면 일본의 아버지는 고작 20분만을 어린 자식에게 할애한다. 소(小)부족들의 경우에도 생계유지 방식, 남성의 부족간 전쟁 참여 여부, 혼인제도의 유형 등에 따라 아버지의 보살핌 양상에 차이가 있었다.

  

아버지의 보살핌이 진화의 산물이라면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 남성이 보호해야할 맹수와 적대집단의 위협도 줄어든 현대사회에서는 아버지의 물리적 역할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10년 전 미국 조지아 주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출생증명서와 유아사망 데이터의 상관관계를 따져보는 연구에서 출생증명서에 아버지 이름이 적히지 않은 미혼모의 아이는 아버지 이름이 적힌 기혼모의 아이에 비해 생후 1년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2.5배 가량 높았다고 한다.

  

저자들은 “정교한 통계가 없어 아버지의 부재가 자식의 성장 결과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아버지가 없는 가족 구조가 자식의 성장 결과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시간이 갈수록 대체로 감소하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책은 아버지의 역할과 영향부터 남성에게 있어서 양육과 삶의 조화, 남성에게 ‘아버지 되기’의 의미, 아버지 위상의 미래까지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존재’라는 식의 감정적인 접근이 아니면서도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저자들은 서문을 통해 “이 책이 적어도 아버지에 관한 도식화된 주장에 도전하는 책, 인간 아버지에 관한 정보의 범위를 크게 넓힌 책, 그리고 아버지가 되는 것의 의미를 한층 더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평가가 내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상연 옮김. 432쪽. 2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