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불신의 악순환 끊기
2011년 04월 18일 14시 36분 입력

마트에서 고등어, 갈치와 같은 생물 생선 대신 굴비 같은 저장 생선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비 오는 날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비옷과 장화, 마스크로 무장시켜 보내고 그마저도 불안한 이들은 아예 결석시키기도 한다.

  

프랭크 푸레디가 쓴 ‘우리는 왜 공포에 빠지는가?’(이학사 펴냄)는 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능 공포에 사로잡힌 요즘 더욱 가깝게 와 닿는 책이다.

  

인체에 무해함을 강조하는 당국의 발표에도 전혀 해소되지 않는 방사능 공포는 일부 사람들의 비이성적이거나 맹목적인 감정만은 아니다.

  

입으로는 “일본 수돗물이 안전하다”면서도 사약 마시는 듯한 표정으로 수돗물을 시음하는 일본 정치인도 다수가 느끼는 공포에서 그다지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다.

  

방사능뿐 아니라 위험한 먹거리에 대한 공포, ‘묻지마 범죄’의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신종 전염병에 대한 공포 등 현대인들의 공포는 예전의 ‘호환’, ‘마마’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헝가리 출신 사회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단순히 특정한 위험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삶을 해석하는 하나의 문화적 은유”로서 현대사회를 규정짓게 된 공포의 실체를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이 과거에 비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불안감도 함께 줄이지는 못한 이유를 ‘인간 불신’에서 찾는다.

  

인간이 자신이 만들어낸 과학 기술을 관리하는 데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과학과 기술 자체는 물론 인간에 대한 신뢰까지도 저하시켰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공포 문화 자체보다는 그러한 공포 문화가 인간관계에 미친 악영향에 더 주목한다.

  

“공포 문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를 멀리하게 한다. 그것은 또한 사람들을 사회가 직면하는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에서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한다.”(31쪽)
   

공포가 불신을 낳고 불신이 다시 공포를 증폭시키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포에 떨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공포에 대한 자기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박형신ㆍ박형진 옮김. 368쪽. 1만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