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걷고 싶은 둘레길①
2010년 10월 21일 15시 26분 입력

▲ 북악산 성곽길. 출발지점은 창의문(①)이 아니라 와룡공원(⑨)이다. 그렇게 해야 무리 없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지난 13일 서울 북악산 성곽 둘레길 숙정문 부근에서 남산을 바라보며 찍은 서울 시내 전경. <최원우 기자>

 

시골 신작로의 코스모스가 생각나기도 하고 추수를 앞 둔 들녘에서 부는 바람이 일으키는 황금빛 물결이 떠오르기도 한다. 호젓한 산길을 걷다가 목덜미를 스치는 차가운 바람에 화들짝 사색에서 빠져나오기도 한다.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계절, 쓸쓸함을 품은 찬바람이 정신을 깨우는 가을은 걷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98일 만에 만들어 낸 대역사(大役事), 서울 성곽

 

▲성곽 둘레길에 위치한 삼청각 일화당. 제3공화국 시절 요정 정치의 무대로 잘 알려져 있다. <최원우 기자>

 

최근 걷기 열풍에 가장 각광받는 곳이 있다면 단연 제주의 올레길과 지리산의 둘레길일 것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먼 제주와 지리산은 마음 내킨다고 쉽게 다녀올 만한 곳은 아니다. 주말에 가볍게 다녀올 만한 걷기 코스가 최근 조성돼, 시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바로 서울 성곽길 이다.

 

서울 성곽은 조선 태조 4년(1395)에 쌓아 올린 성으로 산은 돌로 쌓았고 평지는 흙으로 만들었다. 성곽에는 4대문인 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숙정문과 4소문인 홍화문, 광희문, 창의문, 소덕문을 만들었다.

 

세종 4년(1422)과 숙종 30년(1704)에 보수가 이루어졌는데 길을 걷다보면 처음 태조 때 쌓아올린 곳과 세종 때 그리고 숙종 때 보수한 구간은 확연히 그 차이가 드러난다.

 

놀라운 점은 태조 때 성벽을 쌓을 당시 약 32만 명이 동원되어 성벽을 완성시키기까지 100일이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 와룡공원 쉼터(⑨)에서 말바위 안내소(⑧)까지 가는 길의 성곽. <최원우 기자>

 

선택한 코스는 숙정문(⑦)에서 창의문(①)까지의 구간으로 ‘1. 21 사태’ 이후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다가 2007년 개방됐다. 얼마 전 오락 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안국역 2번 출구에서 마을버스(2번)를 타고 성균관대학교 후문에서 내리면 와룡공원 쉼터가 나오는데 거기서 부터가 시작이다. 길은 완만하게 이어져 있어 걷기에는 무리가 없다. 곡장을 지나 북악산 정상인 백악마루까지의 길이 약간 가파르지만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문화재청이 만든 리플릿에 ‘노약자와 어린이는 창의문 안내소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권장합니다’는 말만 믿고 갔다가는 얼마 걸어보지도 못하고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마주치는 굉장히 가파른 코스에 당황할 수 있다. 가벼운 걷기라고 부르기에는 이어지는 길의 경사가 만만치 않다. 이 점은 백악마루(③)부터 마주치는 탐방객들의 표정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건축 실명제, ‘정영도’는 낙서꾼

 

와룡공원(⑨)을 출발해 부암동 방향으로 가다보면 가장 처음 마주치는 곳이 바로 숙정문(⑦)이다. 태조 13년 풍수학자 최양선이 “창의문과 숙정문은 경복궁의 양팔과 같으므로 길을 내어 지맥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건의한 것을 받아들어 언제나 문을 닫아두었다고 한다.

 

▲숙정문 <최원우 기자>

 

또 일설에는 음기가 센 곳이어서 문을 열어두면 도성안의 여인들이 바람이 날 것이라 해서 문을 닫아두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영 근거 없는 말은 아니어서 실제로 도성에 가뭄이 들면 숭례문을 닫고, 숙정문을 열어 음기를 통하게 해 비가 오도록 빌었다고 한다.

 

숙정문을 지나 5분 정도 걸으면 일제가 쇠말뚝을 박아두었다던 촛대바위(⑥)가 나온다. 그리고 조금 더 걸으면 곡장(⑤)이 나오는데 들어가면 성곽의 외벽이 한눈에 보인다. 방어와 공격을 위해 적이 오는 방향과 진세를 확인하기 위한 곳이기 때문이다.

 

▲ ‘1.21 사태 소나무’ <최원우 기자>

 

곡장을 지나면 청운대로 가는 중간 코르크로 상처를 치료한 소나무가 나온다. 바로 1.21사태 때 무장공비들이 군경과 총격전을 벌인 곳이다. 일명 ‘1.21 사태 소나무’에는 그날의 상흔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나오는 곳이 바로 청운대(④)다. 가만히 앉아 서울 시내를 보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다. 이곳에서는 경복궁을 비롯한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데 카메라 촬영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기도 하다.

 

▲ 자세히 살펴보면 바위에 새겨넣은, 성곽 공사에 동원된 인부들 이름이 보인다. <최원우 기자>

 

걷다가 보면 간간이 성벽 가운데 무언가 기록해 놓은 바위들이 나타난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곳에는 성벽을 쌓아올린 시기와 그 구간의 책임자 이름, 그리고 그 구간을 맡아 부역을 나온 사람들의 고향이 적혀있다. 지금으로 치자면 실명제다. 건축물이 잘 못 됐을 때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고 한다.

 

▲ 태조때 쌓은 것과 세종, 숙종 때 보수한 구간은 쌓아올린 돌을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태조때는 북악산에 있는 돌을 그대로 가져다 써서 크기가 일정치 않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최원우 기자>

 

이 돌들을 분석하면 구간별로 서울 성곽의 축성 시기를 가늠할 수 있다. 청운대에서도 하나가 보이는데 ‘정영도’라는 한글 이름이다. 그는 부역에 동원된 농민도, 축성을 감독한 사람도, 책임을 맡은 관료도 아니다.

 

이 낙서꾼은 문화재에 낙서한 죄로 두고두고 욕을 먹을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그 길을 지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이름이 되어버렸다.

 

 

<건강 Tip - 걷기에도 자세가 중요>

 

걷기 운동은 신체에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우선 근육과 뼈를 튼튼히 해주기 때문에 관절, 뼈가 약한 사람들에게 많이 권장된다.

 

노년기에는 근육이 감소하고 신경계의 퇴화로 움직임을 조절하는 능력이 둔해지기 마련이지만, 규칙적으로 걷기 운동을 해온 사람이라면 노화현상이 지연되고 심폐와 근육의 지구력을 유지할 수 있다.

 

폐경기 또는 갱년기 여성에의 경우 골밀도가 급격히 저하되는 것을 막고 근육량을 유지시켜주는 장점도 있다.

 

더불어 중저 강도 운동이기 때문에 주 4~5회일, 하루 40~60분씩 규칙적으로 실시하면 체중 감량 효과도 뛰어나다.

 

하지만 바른 자세도 중요하다.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서 걸으면 어깨와 척추에 충격으로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 보폭을 옮길 때 발뒤꿈치에서 엄지발가락으로 바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몸이 좌우로 흔들리거나 발목과 무릎, 척추에도 큰 충격을 주는 등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올바르게 걷는 방법은 걸을 때 의식적으로 시선을 전방에 두고 허리를 편 자세로 엉덩이와 상체가 일직선이 되게 하는 것이다.

 

양 발은 11자를 유지하면서 일정한 보폭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걸을 때 발뒤꿈치에서 발 중심을 바깥쪽으로 이동해 새끼발가락 쪽에서 엄지발가락 순으로 발전체의 중심이동이 자연스러운 것이 바람직하다.

 

보행속도는 20분쯤 걸어 약간 땀이 배어나올 정도가 좋고, 보폭은 넓게, 허리는 좌우로 흔들리지 않도록 하고, 등줄기는 곧게 펴고 팔을 크게 흔든다. 걷기 전에는 무릎과 발목을 안쪽, 바깥쪽으로 5회 이상 돌려주는 준비운동을 하는 것이 부상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도움말 : 강서힘찬병원 박일석 과장